[앵커]
앞서 보신대로 오늘은 간토대학살 발생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일본 정부는 재인 조선인 학살에 대해 모른 척 하고 있지만 양심 세력들은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가다' 김민지 특파원입니다.
[기자]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경.
일본 수도 도쿄를 비롯해 가나가와, 요코하마 등 수도권에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도쿄도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사망 실종자는 10만 5000명.
이 중 90% 가까이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극심한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살인 방화를 저지른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흉흉해진 민심을 조선인 탓으로 돌리려는 일본 정부의 '기획 유언비어'에 재일조선인들은 아무 이유 없이 무차별 학살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 잠깐! 15엔 50전을 말해봐!"
일본 자경단은 어려운 일본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조선인으로 간주해 즉살하는 만행도 저질렀습니다.
학계에서는 희생자 규모가 6000여 명에서 최대 2만 3000명으로 보는 가운데 일본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 조사나 사망자 집계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본의 '양심세력'입니다.
경찰관과 군인, 민간 자경단에 폭행당하고 무차별 학살당하는 조선인들의 모습이 그림에 생생히 담겼습니다.
1926년 일본인 화가 기코쿠가, 14m 길이 종이에 그린 그림으로, 도쿄의 한 박물관이 인터넷 경매로 입수해 이번에 처음 공개했습니다.
[토다 / 고려박물관 이사]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해) 과거의 일을 잘 생각하고 기억해서 반성하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관람객들도 100년 전 일본의 만행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타니오카 / 관람객]
"(죄 없는) 사람을 때려죽였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양심 세력이 100년간 수도권에 세운조선인 학살 추모비도 20여 곳에 이릅니다.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2009년에 만든 추모비입니다.
이 비석 뒷면엔 식민지 하에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온 조선인들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고 써 있습니다.
[현장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양국 정치인 15명을 비롯해 재일동포 등 수백 명은 오늘 도쿄에서 열린 100주년 추도식에 함께 참석해 희생자의 넋을 기렸습니다.
[하토야마 / 전 일본 총리]
"과거를 바라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정식 조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양심 세력들은 우익들의 공격과 대중의 무관심에도 역사적 사실을 마주하고 반성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도노무라 마사루 / 도쿄대 교수]
"'소수'를 박해하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되고 100년 전 사건을 마주하고 제대로 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민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사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마쓰노 / 일본 관방장관 (지난달 30일)]
"일본 정부 내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록을 찾을 수 없습니다."
고이케 도쿄도지사도 6년째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김민지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김문영
김민지 기자 mettymom@ichannela.com